
충칭 출장 첫 주말 – 라면, 요거트, 그리고 강이 만나는 도시
충칭에서 맞이한 첫 주말은 생각보다 늦게 시작됐다.
눈을 뜬 시간은 정오 무렵, 정확히는 낮 12시쯤이었다.

몸이 자연스럽게 깬 것이 아니라, 반가운 소식 때문에 잠에서 살짝 올라왔다.
황윤연 수석님이 한국에서 가져온 컵라면을 풀었다는 이야기였다.
출장지에서 한국 컵라면은 단순한 음식이 아니다.
그건 거의 정서적인 이벤트다.
충칭은 중국에서도 음식이 강렬하기로 유명한 도시다.
마라(麻辣)와 기름이 기본 베이스라 며칠만 지나도 한국 음식이 생각난다.
그래서 그날 점심 메뉴는 아주 단순했지만 완벽했다.
컵라면 두 개
참치캔 하나

라면 국물을 한 입 마시는 순간
“아… 이건 한국이다.”
그렇게 잠깐 깼던 정신은 다시 편안해졌다.
라면을 먹고 방으로 돌아오니 다시 졸음이 밀려왔다.
결국 침대에 누웠고, 다시 눈을 뜬 시간은 오후 3시였다.
충칭은 산악 도시다.
도시 자체가 평지가 아니라
강과 산 사이에 층층이 쌓여 있다.
그래서 날씨도 독특하다.
공기가 습하고
하늘은 자주 흐리며
도시 전체가 약간 몽환적인 느낌을 준다.
그래서인지 이 도시는 사람을 느리게 만든다.
오후 세 시에 일어나자 갑자기 떠오른 것이 있었다.
아보카도 요거트.
아내 혜선이가 추천해 준 곳이 있었다.
茉酸奶 (MoreYogurt).
그래서 바로 호텔을 나와
충칭의 대표적인 랜드마크 중 하나인 라플스로 향했다.

라플스 시티의 이름
Raffles라는 이름은 싱가포르에서 유래했다.
19세기 초 싱가포르를 개척한 영국 행정가 **토머스 스탬퍼드 래플스(Thomas Stamford Raffles)**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이 쇼핑몰을 만든 CapitaLand 역시 싱가포르 회사다.
그래서 전 세계 여러 도시에서 “Raffles City”라는 이름의 복합 건물을 볼 수 있다.



충칭 라플스는 그중에서도 특히 유명하다.
건물 위에 배 모양의 구조물이 걸쳐 있는 독특한 디자인 때문이다.
이 구조물은 **“Crystal Skybridge (水晶连廊)”**라고 불리며
높이 약 250m에서 건물들을 연결한다.
라플스 쇼핑몰 안에서 찾은 곳이 바로 **MoreYogurt (茉酸奶)**였다.
이 브랜드는 최근 중국에서 굉장히 빠르게 성장한 요거트 체인이다.



특히 유명한 메뉴가 바로 牛油果酸奶 즉 아보카도 요거트다.
중국어에서 아보카도는 재밌게도 牛油果 (niúyóuguǒ)“버터 같은 과일”이라는 뜻이다.
이날 주문한 메뉴는 아보카도와 아몬드가 들어간 요거트였다


부드러운 요거트에
아보카도의 크리미한 질감,
그리고 견과류의 고소함이 섞여 있었다.
중국 디저트는 보통 너무 달지만
이 요거트는 생각보다 균형이 좋았다.
5. 강이 만나는 도시
요거트를 들고 라플스 테라스로 나가니
충칭의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충칭은 두 개의 큰 강이 만나는 도시다.
(长江)
(嘉陵江)
이 두 강이 라플스 바로 앞에서 합류한다.




중국에서는 이 장면을
两江交汇 (liǎng jiāng jiāo huì)
“두 강의 만남”이라고 부른다.
흥미로운 점은
두 강의 물 색이 다르다는 것이다.
자링강은 비교적 맑고 녹색빛
양쯔강은 흙이 섞인 갈색
그래서 위에서 보면
두 색의 강이 서로 섞이며 흐르는 모습이 보인다.

근처를 걸어본다.


너무 추웠다.
오늘 반팔은 에바참치인가보다.
해방비 – 충칭의 중심
래플스 시티에서 조금만 걸으면
충칭의 중심지인
Jiefangbei Liberation Monument
해방비가 나온다.

탑에는 이런 글씨가 적혀 있다.
人民解放纪念碑
Rénmín Jiěfàng Jìniànbēi
뜻
“인민해방기념비”
하지만 이 탑의 역사는
단순한 기념비가 아니다.
---
충칭이 한때 중국 수도였다는 사실
1937년
일본이 중국을 침략하면서
Second Sino-Japanese War
중일전쟁이 시작된다.
당시 중국 수도는
Nanjing.
하지만 일본군이 난징을 점령한다.
그때 발생한 사건이
Nanjing Massacre
난징 대학살이다.
이후 중국 정부는
수도를 계속 서쪽으로 옮긴다.
난징 → 우한 → 충칭
결국 충칭이
전쟁 시기 임시 수도가 된다.
일본의 충칭 폭격
하지만 일본은 충칭을 그대로 두지 않았다.
1939년부터 일본군은 충칭을 대규모 폭격한다.
이 사건을 Bombing of Chongqing이라고 한다.
4년 동안 수천 톤의 폭탄이 떨어졌다.
그래서 지금도 충칭에는 전쟁 당시 만든 방공동굴 (防空洞) 이 도시 곳곳에 남아 있다.
중국 친구와의 대화

다다음날 밤 , 열한시 사십오분에 퇴근하는 택시안에서 나는 이 이야기를 슈아이에게 꺼냈다.
“Do you know Bombing of Chongqing?”
그는 바로 말했다.
“Japanese made.”
그리고 웃으면서 한마디를 덧붙였다.
操他妈的日本鬼子
직역하면
“씨발 일본 귀신놈들.”
중국에서 **鬼子 (guǐzi)**라는 표현은
전쟁 시절 일본군을 부르던 말이다.
그만큼 충칭 사람들에게 이 역사는 아직도 생생하다.
호텔로 돌아와 JW Marriott Chongqing 라운지로 내려갔다.
폰은 방에서 충전시키고 노트북을 들고 앉았다.
무료로 제공되는 하이네켄 두 병.
노트북을 하면서 천천히 마셨다.
충칭의 밤과 치킨
밤이 되니
배가 조금 고파졌다.
그래서 결국
메이투안으로 치킨을 주문했다.
중국 배달 시스템은 정말 빠르다.
호텔 방 문 앞까지
음식이 도착한다.
그날 밤은 술 없이 조용했다.
치킨을 먹으며
충칭의 첫 주말을 정리했다.
그날 황윤연 수석님이
이런 말을 남겼다.
“오늘 동준님의 시간을 기록에 담아
훗날 꺼내볼 수 있으니
오늘의 시간은 공중에 산화되지 않고
우주 어딘가에 의미로 남았습니다.”
이 모든 순간들이
충칭에서의 첫 주말이라는 좌표로 남았다.
그리고 그 좌표는
훗날 다시 꺼내볼 수 있는 기억이 된다.

| 선전완코완에서 홍콩 당일치기 (0) | 2026.05.03 |
|---|---|
| 다펑大鹏에서 찾은 나만의 심천 (0) | 2026.04.16 |
| 2026 심천 생활 체험: 생각보다 어두운 마음 (0) | 2026.04.06 |
| 심천 생활 시작: 혁신 도시의 현실과 비용 (0) | 2026.03.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