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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그리고 나의/서랍_drawer

[리뷰] 캡슐 커피가 제일 맛있다는 스스로에게 한번쯤은 의심의 눈초리를, 반자동 커피머신.


신혼부부집에 집들이가 있는날. 

초인종을 누르고 대문을 지나 중문을 지나 거실로 들어가면 깔끔하고 아기자기한 신혼집의 인테리어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웰컴 드링크를 마시며 집안 곳곳을 구경한다. 요즘 신혼부부들은 결혼전에 단체로 인테리어 교육이라도 받는걸까? 인테리어 감각이 보통이 아니다. 아일랜드 식탁의 한쪽엔 네스프레소 캡슐커피머신이 놓여있다. 밥 먹고 한잔 내려주겠다는 말에 모두가 미소짓는다. 

식사를 마치고 종류별로 준비된 캡슐 중 맘에드는 걸 골라 기계에 장착하고 추출 버튼을 누른다. 풍부한 크레마와 향긋한 커피향이 온 집안에 퍼진다. 행복한 집들이를 완성하는 한잔의 커피. 참 맛있다. 제일 맛있는 것 같다.


 

과연 그럴까?

 

캡슐을 사랑하는 당신을 위한 광역 어그로를 끌 생각은 없다.

다만 여기에 있는 새로운 가능성. 그 가능성에 주목하라는 이야기이다. 생각보다 멀지 않은 곳에 길이 있다. 

 

 

집들이에 외가 식구들을 초대했다.

삼촌한테 연락이 왔다.

 

 

 

오왓? 집들이 선물로 삼촌이 네스프레소를 선물로 줄 것 같다! 그치만 집들이인걸. 선물은 필요없고 빈손이 정 그렇다면 잘 풀리는 휴지 묶음을 사다주시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좋을텐데.

 

그치만 네스프레소 커피머신은 별로 내키지 않았다. 그래서 그동안 사지 않았는걸. . . 

대화는 계속되었다.

 

그리고 내일이 되었고 외가집 집들이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전 집주인에게 공짜로 받은 에어컨이 영 시원찮아서 한여름에 손님들을 조금 덥게 만들었다는게 조금 걸린달까.

음식을 너무 열심히 준비한 호두야 너무 수고 많았다. 

 

사랑하는 가족들, 외가집 식구들.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실은 집들이 전날, 삼촌은 고맙게도 에스프레소 반자동 머신을 잘못 공유했던 척, 나에게 사주었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크게, 그라인더도 말이다. 

 

며칠 뒤 배송이 왔다.

 


드롱기 뉴 데디카 EC685
DeLonghi DEDICA STYLE EC685

15BAR 압력 / 연속 추출에도 커피 온도 유지 써모블락 시스템 / 15cm의 슬림사이즈 / 스팀노즐

 

해외직구로 배송되어 온 녀석이다. 오자마자 바닥에 주저앉아서 인증샷을 찍기 바빴다. 

내돈내산보다 더 기분좋은 선물받기.

 

 

박스를 열어본다.

 

팔로 잡고 팍팍

 

스티로폼으로 감싸여있는 본체 oh oh oh oh

 

방으로 와서 언박싱을 이어갔다. 색상은 메탈. 스테인리스 스틸 소재. 

 

꺼내보자. 아직까지는 뭐가 뭔지 모르겠다. 

 

자기전에 받아서 꼴이 말이 아니구나. 

다시한번 그 고운 자태를 잘 찍어보자. 

 

내가 선택한 커피머신이 아니다. 나는 반자동 커피머신이 뭔지도 몰랐다. 그런데 이렇게 커피머신이 생겼다. 찬찬히 알아보도록 하자. 

 

구성은 매우 심플하다. 위에는 버튼이 세개 있는데, 한잔 (Single shot) 두잔 (Double shots) 그리고 스팀버튼. 

뒤쪽에는 물통이 숨겨져있다. 앞으로 길게 튀어나온 디자인이라 주방 공간을 적게 차지할 것 같다. 

 

저기보이는 저 막대기 달린 바구니는 포타필터라고 한다. 

그리고 필터바스켓이라고 한다. 사이좋게 삼종세트가 들어있었다. 마찬가지로 원샷용, 투샷용, ESE용이다. 

ESE란 캡슐처럼 미리갈아놓은 커피를 담아놓은 봉지의 표준. 그 ESE표준을 지킨 티백을 올려놓고 내리는 트레이다. 

 

 

미리 커피머신이 배송되어올걸 예상해서 원두를 준비해놨다. 

테라로사의 원두를 구입해서 먹을 예정이었으나, 마치 운명처럼 짜장이 요새 내려먹고 있는 원두를 추천해줬고 나는 그걸 기꺼이 즐거운 마음으로 구입했다. 

 

로우키 원두는 성수에 있는 로우키 카페에서 쓰는 원두로 블렌디드.

 

블렌디드 방식이란 그다지 대단한 것은 아니다. 한가지 품종의 커피원두를 이용해서 맛을 내는게 아니라, 여러가지 원두를 섞어 맛을 내는 방식이라는 것.

 

이 로우키 블렌드는 브라질 원두 30%, 콜롬비아 30%, 과테말라 20%, 에티오피아 10%라고 한다. 

약간 신맛의 커피를 좋아하는 나는 저 에티오피아 십퍼센트가 참 소중하게 느껴졌다. 

 

가격은 1만8천원. 나와 전혀 관계도 없는 판매자의 링크는 아래에 두어 구입하시려는 분들의 편의를 도모하겠다. 

smartstore.naver.com/lowkeycoffee/products/4888066762?NaPm=ct%3Dkffn4go8%7Cci%3D611901e624cd687d7e3464bc5b65d4432ac71f7d%7Ctr%3Dsls%7Csn%3D786643%7Chk%3D216902875ae7ff621da00343f1c9c6bcb70e47c4

 

로우키 블렌드 500g : 로우키

[로우키] 로우키커피 온라인스토어입니다

smartstore.naver.com

원두 500g은 보통 마트에서 파는 8천원짜리부터 무려 24만7천원까지 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네이버 쇼핑에서 꽤 열심히 찾아봤으니 믿어도 좋다.

 

1만8천원이면 적당한 가격이라고 생각이 되었다. 

자 다음으로 뜯어보아야 할게 있었지?

 


드롱기 버 그라인더 KG89
DeLonghi Burr Grinder KG89

분리형 투명 커피원두 컨테이너 / 분쇄도 굵기 조절 다이얼 / 분쇄랑 조절 다이얼 

 

burr grinder. 버 그라인더라고 한다. 그라인더에는 크게 두가지 종류가 있다. burr grinder와 blade grinder가 그것이다. 

 

The Blue Bottle Craft of Coffee의 저자 James Freeman은 말했다. “모든 바리스타는 에스프레소 제조 체인에서 가장 중요한 장비가 그라인더라고 말할 것입니다. 그러니 먼저 그라인더를 구입하십시오.

그라인더가 이처럼 중요하다. 우리는 카페에서 보통 완성품인 한잔의 커피만을 생각한다. 거기에서 조금 더 나간다면? 아마 커피를 이루고 있는 커피빈(콩)만을 생각할 것이다. 내가 그랬다. 그런데 만약 그라인더가 없다면? 이 커피콩은 당신을 어디로도 데려가지 못할 것이다. 

 

좋은 커피는 좋은 콩을 좋은 그라인더로 갈아서 사용할때 만날 수 있다.

 

에스프레소 머신을 준비했으니, 에스프레소에 맞는 그라인더를 써야한다. Burr grinder가 그것이다.  두개의 회전하는 연마시키는 표면 (이것이 바로 Burr) 으로 구성되며 그 사이에 커피가 들어가 분쇄된다. 한번에 몇알의 콩만이 분쇄된다.

 

위쪽 Burr 덮개를 Unlock쪽으로 돌려 분리한다. 

 

 

그럼 발견할 수 있게되는 Burr가 우리를 반긴다. 날카롭고 서슬퍼런 멧돌식의 칼날을 확인할 수 있다. 

 

반면 이 그라인더의 반대방식은 blade grinder가 있다. 

 

이케아 메탈리스크 METALLISK 

친근한 우리의 브랜드 이케아에서는 메탈리스크라는 이름의 블레이드 그라인더를 30달러에 판매하고 있다. 

두가지 방식의 차이를 본격적으로 알기 위해서는 잘 설명해놓은 다른 매체들의 글을 참고하자. 

 

분쇄도를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고 미세하게 갈 수 있는 건 Burr grinder. 에스프레소에 적합. 

다소 입자가 굵고 불규칙하게 갈리는건 Blade grinder. 드립커피에 적합하다. 

 

 

 

갈린 원두가 담기게 되는 통이 아래에 있다. 많이 사용해 지금은 찾을 수 없는 깨끗한 모습이 일품이구나. 

뚜껑이 달려있는데, 저걸 꼭 닫아야 원두가 갈려지기 시작한다. 나는 그걸 안하고 돌려서 20분동안 불량 제품이 배송온 줄 알고 시름에 잠겨있었다. JESUS CHRIST!

 

 

 

드롱기 로고. 본체가 플라스틱으로 되어있어 고급스러운 느낌은 들지 않는다. 아! 잊고 가격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고 있었네. 플라스틱 외관에 맷돌 Burr 부분을 제외하고는 간단해보이는 구성인데 놀랍게도 백화점 가격은 11만원대, 오픈마켓에서도 7만원대에 판매하고 있었다. 비싸구나 너?

 

네이버 쇼핑 가격비교

 

제품의 좌측면에는 굵기를 조절할 수 있다. 

FINE (곱게) 부터 COARSE (결이 거칠게)까지. 

 

한번 갈아볼까?

 

포장을 열자마자 고소한 커피향이 온 집안을 가득 채운다. 

 

원두를 그라인더 안에 붓는다. 보관을 그라인더 통 안에서 하는건 적절하지 않다. 보관은 유리로 된 밀폐용기에 하는 것이 베스트. 그리고 나같은 귀차니즘러들은 그냥 원두 구입시 온 포장 패키징에 보관하도록 하자. 한번 개봉한 원두는 한달안에 꼭 먹도록 하자. 향이 날아가는 수가 있다.

 

한번 커피를 갈고나면 어쩔 수 없이 찾아오는 미세한 커피가루는 덤

 

의잉?

KG89 드롱기 그라인더의 치명적인 단점.

가장 곱게 FINE을 선택하고 갈아도 아주 곱게 나오지 않는다는 것. 이것 정말 침형타야!!!!

 

이렇게 입자가 크다. 사진 위에 보면 구입시 들어있던 플라스틱 저렴이 탬퍼로 꾹꾹 눌러보았는데, 눌리지도 않고 입자는 두껍고 이때는 이게 어떤 문제인지 몰랐다. 정말 몰랐다. 

 

지금 이정도 양은 너무 적다. 이것도 이때는 몰랐다. 

 

커피를 담는 에스프레소 잔도 없었다. 그래서 문배주 잔 두개를 준비했다. 처음엔 이렇게 시작하는 것도 괜찮다.

 

커피를 내리고 난 후의 원두는 이렇게 젖어있고, 구멍이 파인곳이 없어야한다고 배웠다. 

 

커피를 내리는거 결코 쉽지 않다. 우리 직장인들은 하루평균 5잔의 커피를 마신다고 한다. 매일 아무렇지 않게 주문해 마시는 커피가 이렇게 실패할 수 있다는 것도, 그라인딩 방법, 원두의 종류, 커피의 양, 내리는 물의 종류, 물의 양, 추출하는 시간. 이 모든것에 따라 다양한 차이가 발생한다는 것도 결코 몰랐다. 

 

이제 이렇게 주방 한켠을 빛내주는 식구가 되었다. 차지하는 공간도 많고, 커피 추출뒤에는 난장판으로 주방을 만들어 안주인에게 혼나기도 한다. 하지만 커피 내려마시는 이과정은 스스로 직접 하는걸 애정하는 나에게는 또하나의 숙제와 도전과제가 될 것 같다. 

 

 

술잔 한쌍은 얼마든지 있으니까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주인이 되길.

카페에서 내리는 커피보다 더 맛있는 커피를 뽑아내길.

 

매일매일 조금씩 늘어가는 크레마처럼 커피에 대한 내 실력과 생각도 조금씩 늘어가길. 

 

바래본다.

 


자 이쯤에서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보자. 그리고 캡슐 커피가 제일 맛있다는 스스로에게 한번쯤은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보자. 그리고 물어보자.

 

 

"반자동 커피머신을 구해서 에스프레소를 한번 내려먹어볼까?"

"케냐AA원두는 어떤 향을 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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