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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명절 주말에 떠나보는 충칭 근교 모험 (山城步道/十八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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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공휴일인 청명절이 되었다.
중국 친구들은 보통 청명절에는 설날과 마찬가지로 가족을 찾아간다고들 한다. 모여서 맛있는 음식을 먹고 성묘를 간다는 모양이다. 나는 혼자다. 그리고 한국인이다. 그래서 청명절을 보통의 방식처럼 사용하고자 한다. 
 

 


아침 루틴

 
충칭에서의 아침 루틴이다. 

아침루틴 1

 

아침루틴2

사실 시리얼을 정말 좋아하는데 그래서 이때는 먹어줬나보다. 
요즘은 다이어트를 위해 전날 밤 늦어도 11시부터 공복을 점심 12시반까지 유지하고 있다. 

아침루틴3

 
출발해야겠다. 아침을 먹으면서 간단히 첫 장소를 선정했다. 
그곳으로 이동해본다. 
 


山城步道

 
 
원래는 총칭 근교를 어떻게 공략할지 엄청 고민했다.
이미 얼링2공장도 가봤고 시내 유명 관광지는 대부분 정복했고, "이번엔 진짜 현지인처럼 다녀보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말의

 
인터넷에서는 샨청부다오에 가면 충칭의 옛 모습을 느낄 수 있는 골목이라고 했는데...
막상 가보니
온통 기념품,
온통 식당,
온통 관광객.

산성보도

그래도 날씨가 화창하니까 기분이 좋았다. 
 
자 이곳은 어떤 곳인지 알아보자.

山城步道 (Shānchéng Bùdào)

병음: Shānchéng Bùdào
한국식 독음: 산성보도
'山城(산성)'은 충칭의 별명이다.
충칭은 산 위에 도시가 세워져 있어 중국에서도 '산의 도시(山城)' 라고 불린다.
그리고 步道는 산책길, 보행로라는 뜻이다.
즉, 山城步道 = 충칭의 산비탈을 따라 만든 옛 보행길이다.
 

멀리 강건너 충칭의 모습도 보인다.

왜 유명할까?

충칭은 평지가 거의 없다.
그래서 예전 사람들은 자동차보다 계단, 골목, 산비탈 길을 이용해서 생활했다.
山城步道는 바로 그 당시 사람들이 실제로 다니던 길을 관광용으로 정비한 곳이다.

가장 높은곳에서 내려다본 모습. 손에서 별을 쏟아내는 컨셉같다.

 
걷다 보면 오래된 붉은 벽돌 건물, 산을 따라 이어지는 계단, 절벽을 따라 만든 보행로, 아래로 흐르는 창장(长江), 충칭 특유의 입체적인 도시 풍경이 한꺼번에 펼쳐지기는 한다. 
충칭이라는 도시가 왜 '3차원 도시'라고 불리는지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장소 중 하나다.

오래된 성벽이 보인다.

 
생각해보자. 옛날에 충칭은 지독하게 산비탈이었을거고, 여기를 걸어서 매일 지나다나녔다는게. 
지금은 이 위에 집도 있다. 

자세히 보면 더 잘 보인다.

덥지만 볼것이 꽤 있다. 

프랑스 인애당(法国仁爱堂) 옛터

이 건물은 뭐였을까?

1900년경 프랑스 가톨릭 선교사들이 이 일대에 仁爱堂(인애당), 仁爱医院(인애병원)을 세웠다. 당시에는 병원과 선교 시설이 함께 운영되었고, 가난한 사람들을 치료하거나 교육하는 역할도 했다. 이 때문에 지금도 이 일대에는 중국 전통 건물과는 다른 유럽풍(프랑스식) 건축이 남아 있다.

천장이 독특하다.

왜 충칭에 이런 건물이 있을까?

청나라 말기 충칭은 개항도시가 되면서 영국, 프랑스, 미국, 일본 등 여러 나라가 조계(租界)와 영사관을 설치했다.
프랑스 선교사들도 이 지역에 병원과 성당을 세우면서 이런 유럽풍 건축물이 들어섰다. 산성보도는 단순한 옛 골목이 아니라, 충칭 개항기의 흔적이 남아 있는 역사 공간이기도 하다.

벽화. 호두 닮아서 찍어봤다.

역사

이 길은 최근 새로 만든 관광지가 아니다.
청나라 말기부터 중화민국 시절까지 사람들이 실제 생활하던 길을 기반으로 복원했다.
예전에는 학교 가는 길, 시장 가는 길,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모두 이런 계단길이었다.
 
자동차가 다닐 수 없는 구조였기 때문이다.

동수문 장강대교

산성보도를 걷다 보면 골목과 계단만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갑자기 시야가 확 트이는 순간이 나온다.
그 아래로는 장강이 흐르고, 그 위에는 동수문장강대교가 걸려 있다. 충칭이라는 도시는 참 이상하다. 몇 분 전까지만 해도 오래된 골목과 계단 사이를 걷고 있었는데, 고개를 들면 바로 거대한 다리와 고층 빌딩의 스카이라인이 펼쳐진다.
 
낡은 골목과 현대적인 도시가 한 화면 안에 동시에 들어오는 곳. 

세례대 圣洗池

 
천주교/기독교 성당에서 세례식 할 때 물을 담아두는 곳
세례는 원래 물을 사용하는 의식이다.
그래서 성당 안에 이런 대리석 혹은 석재로 된 그릇이 있고, 여기 물을 담아두었다가 세례 때 사용한다.

현대식 성당의 모습이다.

 
가운데에는 经堂, 즉 예배당/성당 공간이 있었고, 왼쪽은 병원, 오른쪽은 수녀원 및 관련 시설이었다고 정리되어 있다. 또 다른 자료에서는 仁爱堂을 교회, 신부루, 수도원까지 포함한 건축군이다.

프랑스 인애당

 
당시 프랑스 선교사들이 충칭에 들어오면서 이 일대에 만든 시설이고, 기능은 대충 이런 쪽이었다.

  • 가난한 사람들을 돕는 자선 시설
  • 병원 또는 진료소 성격의 의료 시설
  • 가톨릭 선교 관련 시설
  • 서양식 건축 양식이 들어간 근대 건물군

그러니까 그냥 예쁜 폐건물이 아니라, 충칭 개항기와 서양 선교 세력이 남긴 근대 도시 유산이다.

이동중

 
길은 좁고 사람은 많고 대부분이 관광용 음식점과 가게들로 구성되어 있다. 

절벽을 따라 만든 보행로
동수문 장강대교

 
미세먼지의 영향같은데 장강 건너가 뿌옇게 보였다.  

젠쩌 진주 예술관

 
보면 현대식 건물과 아래 조금 오래되어보이는 석판으로 된 명패가 보일것이다. 
厚庐 후려라는 가택을 개조한 것이다. 여기서 庐(lú)는 초가집, 오두막, 집이라는 뜻인데, 근대 중국식 저택 이름에 자주 붙는 글자다. “무슨무슨 庐” 하면 그냥 개인 저택/별장 느낌으로 보면 됨.

설명판

 
1920~1930년대에 지어진 충칭 산성식 저택 건축물이고,
항일전쟁 시기에는 쓰촨군 장령 兰文斌(란원빈) 관련 거처로 소개되는 곳으로 보인다.

식당에서 적극 채용하는 캠핑용 의자

 
점점 밑으로 내려오고 있다. 라이브를 하는 가수 아저씨가 보인다. 너무 더워서 여기서 쉬다갈까도 생각했다. 

식당의 모습

 
전혀 시원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감성을 채워주는 분수대가 있다. 

사람이 정말 많다.

 
나는 쿨하게 그냥 지나가기로 한다. 

산성보도

 
오래된 성곽터라는 것을 군데군데서 알 수 있다.
산성보도의 오래된 성곽도로. 

근처의 주택

저 곳에 사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저곳을 내가 열기 전까지 저곳은 혹시 구현되어있지 않은 것은 아닐까?
 
꽤 재밌게 다 둘러보기도 했고 길도 자연스럽게 밑으로 연결되어서 산성보도는 그렇게 끝이 났다.
 


十八梯

 
 
조금 걸으니 출장자분들한테 들었었던 十八梯가 나타났다. 
 

 
산성보도에서 조금 벗어나자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낡은 벽과 오래된 계단 대신, 새로 칠한 붉은 계단과 금색 글자가 눈에 들어왔다. 계단 한가운데에는 커다란 ‘發’ 자가 적혀 있었다. 돈복과 번창을 뜻하는 글자다. 오래된 충칭의 골목을 걷다가 갑자기 재물운 포토존 앞에 선 셈이었다. 이곳은 옛 충칭 그 자체라기보다, 옛 충칭을 보기 좋게 다시 포장한 공간에 가까웠다.

 
완전한 새 거리느낌. 
새거느낌 물씬.

스빠티의 모습

 
호두가 좋아하는 새것의 느낌.

스빠티

 
뭐랄까,회색 기와지붕과 목재 골조, 촘촘한 창살은 중국 전통 건축이라기보다는 일본식 목조가옥이나 근대 동아시아풍 상업거리의 느낌에 가까웠다. 충칭의 옛 골목을 복원했다기보다, ‘옛날 느낌’을 관광지에 맞게 다시 디자인한 공간처럼 보였다.

GPT도 비슷한 말을 해주었다. 

DJI 매장

 
매우 예쁜 DJI 매장 건물인데 진짜 예뻤다. 

스빠티 맥주대

 
스빠티에 칭따오 생맥주를 파는 야외 행사장 같은게 있었다. 
보라색 조끼 입은 사람들이 직원이다.
그 앞에 앉아서 마실 수 있게 간이 테이블들도 눈에 띄었다. 
나는 그늘이어서 가지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호롱불

 
중국스럽다.
거리가 깨끗하다.
양옆에 가게들이 늘어서 있는데, 가게에는 내가 관심이 없다. ㅠㅠ

2026 올해는 말의 해

 
가볍게 보고 지나가준다.

깨끗한 계단

 
예쁘고 새거의 느낌.

멋졌던 건물, 특히 좋았던 2층

 
저걸 보는데 갑자기 호두랑 갔었던 다카마쓰 영화마을이 생각났다. 
거기서 2층에서 잠깐이지만 만돌이랑 창가에 앉아있고 호두는 맞은편에 있고...
그립다!!

저 안엔 뭐가 있을까?

 
땡겨서 보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바닥에 철푸덕 앉았다.

 
보는 사람도 없고 쉬고 싶었다. 

다리 쭉 피고 그냥 쉬었다.
계단

너무 깨끗해서 세트장에 앉아있는 느낌이었다. 
오래된 붉은 벽돌이 1990년대에 와있는 느낌을 주었다. 
 
 
다시 힘내서 더 구경해보기로 한다.

스빠지에의 가파른 계단

음식점이 즐비한 거리 쪽으로 나왔음.

길거리 음식

 
길을 걷다가 타코야키처럼 생긴 동그란 음식이 보여서 멈췄다. 처음엔 문어빵인가 싶었는데, 간판을 보니 ‘虾滑’였다. 새우살을 다져 만든 새우완자다. 중국 훠궈에서 자주 보던 새우 반죽을 길거리 음식처럼 동그랗게 익혀 파는 형태였다.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모습 때문에 그냥 지나치기 힘들었다.

주문 후 제품샷

 
이건 흡사 스페인에서 타파스로 먹은 바로 그거 아닌가. 
맛있게 먹었다.

고기판매

 
다시 호텔쪽으로 올라오는 길에 길가의 정육점에서 이런 장면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고기를 상온에 야외에 매달고 판다?
이게 나는 정말 잘 이해가 안갔다. 
 
나중에 여기에 대해서는 따로 다뤄보기로 하자. 
걸어서 호텔쪽으로 언덕을 올라오다보면 숨이 차오르면서 다시 호텔이 나타난다. 
슴이 차는게 정상이다.
8D도시 충칭에서의 일상이다.  

GLC 300

 
호텔 앞까지 돌아오니 날씨도 좋고 반짝반짝 멋지게 세차되어 비상 깜빡이를 점등하고 있는 GLC 차량이 눈에 띄었다. 
컬러감 좋고, 세차상태가 너무 좋아서 나까지 기분이 좋아졌다. 
그런데 왜 비상깜빡이?
 
아.. 저 차의 뒤로 돌아가고서야 이유를 알게 되었다. 

택시

 
충칭 택시 한대의 엔진룸이 완전히 먹어있었다. 
꽤나 큰 충격으로 사고가 난 것 같았다. 
게다가 이렇게나 충돌했다고? 
다시 운행할 수 없을 것 같았다. 

GLC 300 후면

 
정작 벤츠는 멀쩡한데 말이다.
 
방으로 돌아왔다. 한번 싹 샤워를 하고 책을 겨드랑이에 끼고 라운지로 올라갔다. 

TWG 로얄 다즐링

 
특이점이 왔다. 
내가 라운지에 와서 맥주가 아니고 차를 마시고 있다. 
오래 살고 볼일이다.

진짜 재밌는 책

 
중국에 무겁게 가져와서 실패한 책도 있었지만 (듣고있나? 리얼리티+)
이 위화의 책은 정말 재밌다. 시간을 내서 막 읽고 싶었다. 에피소드 경험담 위주로 되어있어서 몰입이 되고 쉽게 읽힌다. 
 

충칭 JW메리어트 창밖

 

호텔에서 밖을 보면 충칭의 마천루와 함께 저 멀리 도로가 펼쳐진다. 

저 다리가 출퇴근때 우리가 지나다니는 길인데, 충칭 CBD로 들어오는 차들이 많다.

 

멀리서 볼때 멋지지만, 가까이서 보면 엄청난 정체가 펼쳐지고 있었다. 

 

리버풀이랑 맨시티 경
홀란
기분이 매우 좋은 기분

 

경기결과


맨시티는 결승으로 간다. 

 

 


하루를 마치며

 

청명절이라고 거창하게 뭘 한 건 아니다. 산성보도에 가서는 “음… 생각보다 관광지화 심한데?” 하고 살짝 실망했고, 오히려 十八梯에서 사람 없는 계단에 혼자 앉아있던 시간이 더 좋았다. 그러다 라운지로 돌아와 책을 읽고, 밤에는 결국 맨시티와 리버풀의 FA컵 4강까지 봤다. 이게 무슨 여행 코스냐 싶지만, 막상 써놓고 보니 꽤 완벽하다. 옛 골목도 봤고, 새로 포장된 충칭도 봤고, 혼자 멍도 때렸고, 책도 읽었고, 축구도 봤다. 관광객 모드와 현지 체류자 모드가 뒤섞인 하루. 관광지를 정복한 날은 아니었지만, 충칭이라는 도시 안에서 혼자 잘 놀고, 잘 쉬고, 결국 축구까지 본 날이었다. 이 정도면 청명절 하루치로는 존나 훌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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