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행은 모든 하루하루가 하이라이트지만 특히 리오하는 내가 가장 신경써서 골랐던 곳이었다.
평소 와인을 자주 마시지는 않지만, 직접 구입해서 마시게 된다면 그건 늘 스페인 와인이었다.
스페인 와인은 대부분 여기서 나온다.
자동차를 타고 한적한 리오하를 돌아다닌다. 이번 여행의 가장 큰 걱정거리는 날씨였다. 푸른 하늘의 하루하루를 보내고 싶은건 모든 단기 여행객들의 바람이리라.
그런데 흐리고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시무룩해지는건 어쩔 수 없었다.
그래도 열심히 이동해본다.
스페인의 북부에서 리오하와 바스크의 경계에서 돌아다닌 것 같다.
한적하고 예쁜길이 계속 이어진다. 6607호를 세워놓고 연신 셔터를 눌러댔다.
예쁜 이정표. 안락하게 이어진 이면도로.
아우디 A4 크로스오버는 경쾌한 주행이 가능한 차량이었다. 다만 속도제한이나 카메라에 대해 어두운 외국인이라는 신분상 속도를 내보며 고속에서의 느낌을 보기는 힘들었다. 안전 또 안전. 안전속도 80-60을 준수하며 주행했다. 아름다운 풍경이 저절로 기분을 즐겁게 했다.
아차 배가 고픈 호돌이를 너무 오래 데리고 다녔다. 점심을 먹여야겠다.
바 올라노
동네를 거닐다 발견한 곳이다. 들어갔는데 음료만 마실 수 있는 bar만 있을 뿐, 식사를 할 수 있는 곳은 보이지 않았다. 잘못 찾았나 싶을때쯤 안쪽으로 안내를 받을 수 있었다. 거기엔 하얀 테이블보가 씌워진 넓직한 공간이 있었다.
메뉴델디아를 고르면 음료를 고를 수 있는데 낮에도 당연하게도 와인이 서빙된다.
식사가 나왔다. 펜네 파스타와 염소치즈샐러드등이 나왔다. 파스타는 집에서 만든 간단한 펜네 파스타라서 특별할 것이 없었지만 저 염소치즈 샐러드가 정말 맛있었다.
실내에는 손님들이 가득했다.
테이블이 모두 꽉 찰정도로 가게는 성업중이었다.
와인은 마셨지만 커피까지 마시며 완벽히 마무리했다. 이날의 식사는 정말 마음에 들어서 지금까지도 기억에 강하게 남아있다.
식사후에 부른 배를 두드리며 손을 잡고 동네를 산책했다. 차도 없어서 보기 좋았지만 가볼곳이 많진 않았다.
이번엔 호텔에 진짜로 체크인하기위해 돌아갔다.
C. Torrea Kalea, 1, 01340 Eltziego, Álava, Spain
포도원이 내려다보이는 이 고급 호텔은 건축가 프랭크 게리가 설계했으며 산타 마리아 데 로스 레예스 교회에서 7km, 샤볼라 데 라 헤키세라 석조 기념물에서 13km 거리에 있습니다.
세련된 객실에 Wi-Fi, TV, 촘촘한 솜 시트, 샤워 부스가 갖춰져 있습니다. 일부 객실에서는 포도밭이 보이며 스위트룸에는 테라스가 추가됩니다. 룸서비스가 제공됩니다.
프리미엄 스파에서는 포도를 베이스로 한 트리트먼트를 제공합니다. 기타 편의시설로는 호평받는 레스토랑, 세련된 비스트로, 와인 바, 와이너리, 실내 수영장, 24시간 헬스장이 있습니다.
포도원을 끼고있는 이 호텔에 차를 타고 미끄러져 들어가본다.
양옆에 아우디가 있길래 그 가운데로 미끄려져들어가듯 전면 주차를 했다. 포도나무 덩굴이 건물에 감겨있어 장소의 분위기에 매우 잘 어울렸다.
드디어 들어간다. 여행을 준비하면서 웹사이트와 각종 블로그에서 봤었던 바로 그 호텔이다. 거울에 비친건 널리 펼쳐진 포도밭과 들판, 멀리 보이는 산.
큰 호텔은 아니었고 객실도 많지 않았다. 로비도 아담한편. 그렇지만 창이 많고 세로로 크게 나있어서 밝아서 기분좋은 체크인울 할 수 있었다.
체크인하니 TV 스크린을 통해 나의 체크인을 알린다.
방을 가볍게 구경하고 나가서 호텔 주변을 구경하기로 했다. 기분이 매우 좋았다. 맑은 하늘이 열렸기 때문이다.
우리 방에 달려있는 발코니가 이렇게 크다. 큰 썬베드도 2개가 설치되어 있었다. 그런데 전날 비가 왔는지 침대 매트 하나는 적셔져 있었다. 이점이 아쉬웠다.
발코니가 정말 맘에 들었는데 여기서 머물 시간이 많았으면 좋겠다. 우선 짐을 풀었으니 다시 아래로 내려가본다. 할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바로 이것이다. 와이너리 투어 예약을 해두었다. 호텔 숙박객은 따로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투어에 참가할 수 있다.
오후 4시 반에 영어로 2명을 신청했다.
내셔널 지오그라피에서 선정한 에스파냐의 아이코닉한 장소 20선에 뽑힌 이곳 마르케스 데 리스칼이다.
면적당 건설비가 세계에서 가장 비싼 호텔 중 하나.
프랭크 개리의 역작이라고 한다. 이 이름은 나중에 우리 부부에게 잊을 수 없는 이름이 된다.
호텔 부지안에 귀여운 가든이 조성되어있다.
마조람은 행복을 상징하는 허브라고 한다. 하나씩 찬찬히 무릎을 굽혀 들여다봤어야 하는데 사진을 찍고 휙 돌아선 나도 참 별로다.
멋있다. 우리집 마당에 심었으면 좋겠다.
우리에겐 익숙한 로즈마리. 스페인에서는 로메로라고 하는 것이 확인되었다.
아는 허브가 많지 않아서 사진에 캡션을 달기 힘들었다. 그래도 알고있는 몇몇 친구는 반갑다.
와이너리 투어를 위해 모임장소에 도착했다. 마르퀘즈 데 리스칼의 와인들은 9종정도가 되는 것 같다. 전시되어 있었다.
모두가 모인것이 확인되자 이동을 시작한다.
멀리 가진 않을 것이다. 모두 다 이 와이너리(포도원)에서 진행된다. 포도원... 오래된 표현이다.
오늘의 영어 가이드를 맡은 OOO. 유창한 영어와 가끔씩 나오는 스페인어가 훌륭하다. 호텔의 뒤쪽에는 관상용 밭으로 추측되는 20-30평 남짓한 포도밭이 있었다. 템프라니요 품종을 가장 많이 심고 있다는 내용을 들을 수 있었다.
호텔 옆에 와이너리가 있다.
예쁜 건물로 들어간다. 세계 각지에서 온 관광객들이 와이너리 안쪽을 구경한다. 들어서면 포도냄새가 코를 확 감싼다.
굉장히 현대적인 시설이 나타난다. 좌우로 보이는 저 큰 오크통 하나 하나에 다 포도가 들어있다. 와인이 되어가는 과정이다.
보이는 저 장비는 포도를 눌러 으깨주는 장비다.
https://marzola.es/marzola-vinicola/maquinas-equipos-bodegas/lineas-de-recepcion/estrujadora/?lang=en
이런 시간들은 조금 아쉬웠다. 만드는 영상 같은건 요즘 어디서든 미리 가능했기 때문. 그래도 영상에 나오는 장소에서 와인이 만들어지는 것을 보니 집중도는 더 높아지는 것 같았다.
상상했던 와이너리의 모습은 아니었지만
알맞은 습도와 온도관리에 신경쓰고 있다고 했고, 거기에 이런 돌로지은 건물과 동굴같은 구조가 도움이 된다고 했다.
오크통 숙성이 진행중이다.
오크통이 분류된 각자의 규칙이 있을 것이다.
여기에서 얼마간의 시간을 가지면서 좀 구석구석 자세히 보고 싶었는데 이놈의 투어는 그럴 여유를 주지 않는다.
향후 이어진 시음회도 완성된 와인보다 오크통에 담긴채로 수도꼭지 틀어서 한번 줄 줄 알았다.
이 사진으로 높이와 깊이를 가늠할 수 있으리라. 습하고 달콤한 냄새가 코를 휘감는다.
HEREDEROS DEL MARQUES DE RISCAL
그 뜻은 "리스칼 후작의 상속자"라고 한다.
그런데 좀 찾아보니 이 양조장의 이름은 원래 그게 아니었다. 1858년 기예르모 우르타도 데 아메사가가 설립한 최초의 근대식 양조장이었던 이곳은 1891년에서야 가족의 후작 지위에서 나온 이름인 에레데로스 델 마르께스 데 리스깔로 개명했다고 한다.
통로와 통로를 지나가는 김호두씨
사진을 한장 부탁드렸는데 역시나 느끼게 되었다. 사진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제일 잘 찍는구나.
그런데 이건 인식에 의한 차이에서 기인하기도 한다고 한다. 내가 어디에 내가 있었다. 이 사실이 중요한 사람들과 다른 것이 중요한 사람들의 차이.
집앞 트레이더스에 있던 스페인 리오하 와인들이 멀고먼 이곳에서 만들어지고 있었다니! 여기서 몇년이고 숙성되어서 우리집의 내 손까지 오게 되다니 참 신기한 일이다.
가이드에게 질문도 하고 설명을 들으면서 시간을 보냈다.
이곳에도 예쁘게 쌓여있는 오크통
여기는 스페셜 에디션만울 보관하는 창고이다. 온도가 더 높았던걸로 기억한다.
병가게라는 뜻이다.
저 안에는 엄청나게 오래된 와인이 있다.
1862년과 1870년, 1886년, 1899년, 1909년, 1911년 같은 100년 전 와인들이 이곳에 있다. 이미 먹을 수 없는 수준일 것으로 생각되지만 이 호텔과 와이너리의 헤리티지를 보여주는 공간이 아닐까?
오크통들 사이로 쭉 걸어가면 이제 와인의 마지막 단계로 나아가게 된다.
들어가보자.
엄청난 높이로 와인들이 쌓여있다.
사람들의 키를 1.8m라고 가늠해봤을 때 6-7 m는 되어보이게 쌓여있다.
병입년도는 선반에 담겨있는 제품의 생일마다 계속 변경될 수 밖에 없기에 저렇게 마킹이 들쑥날쑥하다.
레세르바 혹은 레제스바라고 하는 3년이상 숙성 (오크통 안에서 12개월 포함)하는 와인중에 XR이라는 브랜드의 와인들을 보관하고 있었다.
한국에서 저 와인들을 소개한 글이 있어서 링크한다.
https://biz.chosun.com/distribution/food/2023/07/22/CR4XTPLYZBFWVACM56XF6UG2VA/
시간의 마모를 견뎌냈다. 근사한 표현이다.
3만원 이상 6만원 미만 부문 대상!
근사하다.
함께 설명을 들으며 관찰중인 사람들.
와이너리 투어가 끝났다. 떠나기전에 막연히 생각했던 장면은 확실히 아니었다. 밝고 뜨겁게 내리쬐는 태양 아래 그늘에서 테이블을 두고 와인 한잔를 호두와 마시는 것을 상상했지만 현실은 그것과는 달랐다.
비스킷과 하몽이 안주로 준비되어 있었다.
세잔씩 제공될 예정이기에 글라스가 세잔씩 준비된다.
첫번째 와인은 Rueda 지역의 와인. 2022
아리엔조 2018 크리안자 (24개월 이상 숙성. 그 중 6개월 이상 오크통 숙성)
깊은 느낌이 안들어야 정상인데 왜 맛있는거지?
와인에 대한 정보를 조금 긁어봤다.
Marqués de Riscal Verdejo 100% Organic
2023년과 2022년 빈티지가 있으며, Rueda 와인입니다. 햇볕이 잘 드는 날씨와 비가 내리지 않는 날씨를 활용해 천천히 수확하여 와인을 만듭니다.
그런데 솔직히 다 맛있다. 분위기와 장소가 주는 바이브가 있는데 어떻게 맛이 없을 수 있을까?
Marques de Riscal 2022 Verdejo Rueda
Marques de Riscal 2019 Reserva
Arienzo de Marques de Riscal 2018 Crianza
완전히 짙은 컬러의 크리안자. 촘촘한 타닌맛이 느껴진다고 검색해보면 나오는데, 나는 이제 타닌이 뭔지만 어렴풋이 알뿐 무엇이 촘촘한지는 모르겠다.
이건 동네에서 먹어봤던 그 와인이다. 시음도 다 마치고 이어져있는 곳으로 돌아오니 다시 리셉션이다.
보텔라 마르케스 데 리스칼 2019은 8.7유로
La Organic 라인
꽤 사고싶게 만들었는데 사지 않았다.
YELLOW SALT WITH RED WINE
투어는 끝났다. 다시 호텔로 돌아와 구경할 시간이다.
라운지가 굉장히 실망이었는데 책을 읽는 라이브러리형 라운지가 하나 있었다.
구석에서 보는 뷰. 이곳에 머무를 때 좋은 날씨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한다. 식사와 음료를 제공하는 라운지는 따로 있지만 그곳은 밤에 가게되니 이후 설명한다.
한바퀴 돌고 돌아올 때 실내에 있는 액자들을 구경했다.
게리는 이 건물의 건축가이다. 게리의 이름을 딴 이 방은 가장 좋은 시설일 것이다.
우리 방이 더 좋은 방 아닐까?
호텔 수영장을 즐기는게 이 호텔에서 기대하는 큰 기대포인트였다.
이용객도 거의 없었고 우리가 전세내듯 수영하며 즐겼다. 또한 수영장 래인에서 바로 포도밭으로 나갈 수 있는 큰 창이 달린 문도 열렸다. 거길 열고 나가니 보슬비가 내리고 있었다.
어두워져서 발코니에 나가면 하늘의 별을 볼 수 있었다. 기온은 적당히 서늘해 기분좋은 바람을 느낄 수 있었다.
럭셔리 콜렉션인 호텔 마르케스 데 리스칼.
풀래티넘 엘리트 혜택은 이번이 마지막일 것 같다. 최근에 출장을 가지않아서 등급이 강등된다.
에메랄드빛 상판만 빼고는 예뻤던 욕실
아마도 라이센스비 때문이 아닐까 추측하는데 티비에서 경기중인데 경기는 보여주지 않고 중계만 진행한다.
먼저 잠자리에 든 호두를 놔두고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본다.
여행의 목적을 이 와이너리에서 잠자기로 설정하고 여행의 앞쪽에 배치했다. 여행의 뒤쪽에는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리고 시간이 엄청나게 빨리 흐른 결과 여기에 있다. 충분히 온전하게 즐기도록 계속 자각해야겠다. 이런 기회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내일은 일찍 일어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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