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멜. 그 이름은 교과서에서 본 기억은 있는데, 딱히 내 머릿속에 오래 남아있진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 『하멜 표류기』를 읽으면서, 예상 외로 술술 읽히고 꽤 재미있었다. 왜 재미있었을까? 이건 단순한 역사서가 아니라, 17세기 조선을 외국인의 시선으로 조명한 살아 있는 기록이기 때문이다.
책을 읽다 보면 의문이 하나씩 생긴다. “하멜이 조선에 왔을 때, 여긴 독립국이었나? 아니면 청나라한테 먹혔나?”
딱 잘라 말하면, 조선은 그 당시 명목상 독립국이었지만, 사실상 청나라의 눈치를 보던 시기였다.
삼전도의 굴욕(1637년) 이후 하멜이 도착한 건 1653년. 즉, 조선은 청나라에 항복한 지 16년 정도 지난 상태였고, 여러모로 기가 죽은 모습이 하멜의 기록에도 곳곳에 보인다.
읽으면서 "하멜은 결국 조선에서 죽었나?", "고향 돌아가고 얼마 안 돼 죽은 거 아냐?" 같은 생각도 들었는데, 결론부터 말하면 하멜은 고국 네덜란드로 돌아가서 24년 정도 더 살았다.
1668년에 돌아갔고, 1692년에 죽었으니 62세 생까지 산 셈이다. 당시 유럽 평균 수명이 40대였던 걸 생각하면 꽤 오래 살았다고 볼 수 있다.
읽다 보면 조선의 형벌에 대한 묘사가 꽤 충격적으로 다가온다. 실제로 가해자를 죽은 사람의 가족에게 넘겨서 직접 죽이게 했다는 대목도 나온다. 이게 사실인가? 당시 문화적 맥락을 감안하더라도 꽤 충격적인 장면이다.
물론 하멜이 본 조선은 외부인으로서의 시선이고, 그 기록이 전부 진실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어쨌든 서양인이 조선을 보고 느낀 공포감이 생생하게 묻어난다.
읽으면 읽을수록 조선이라는 나라가 참 운도 없고, 힘도 없던 시기였다는 생각이 든다.
청나라에 고개 숙이고 살다가, 청나라 영향에서 벗어나는가 싶으면 일본에게 또 당하고…
강한 나라의 틈바구니에서 살아야 했던 작고 가난한 나라의 서러움이 하멜의 글 속에서 슬며시 묻어난다.
책 속에서 “제주도에서 편지를 어떻게 서울로 보냈을까?” 같은 궁금증도 들었는데, 당시에는 역참(驛站) 제도를 이용했다. 한마디로 사람+말 릴레이 시스템이다.
역마다 말을 갈아타며 인편으로 전달하는 방식이었고, 지금처럼 우체국 시스템은 없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잃어버리면 끝 아닌가? 맞다. 일부 유실됐어도, 그건 곧 전체 유실과 같은 결과다. 참 불안한 시스템이었지만, 당시로서는 그게 최선이었다.
『하멜 표류기』는 그냥 옛날 조선 이야기 책이 아니다. 이건 조선이라는 나라를 제3자의 시선으로 다시 바라보게 해주는 거울이다.
우리는 익숙해서 잘 느끼지 못하지만, 외부인의 눈에는 조선이 때로는 신기하고, 때로는 이상하고, 때로는 무서운 나라로 비춰졌다는 사실이 꽤 묵직하게 다가온다.
이 책을 덮고 나서 드는 생각은 하나다.
“조선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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