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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하멜 표류기 Hendrick Hamel JOURNAEL

나 그리고 나의/노력_effort

by 카펠 2025. 10. 13.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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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멜 표류기』 – 조선 땅에 표류한 네덜란드인의 눈으로 본 그 시절

하멜. 그 이름은 교과서에서 본 기억은 있는데, 딱히 내 머릿속에 오래 남아있진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 『하멜 표류기』를 읽으면서, 예상 외로 술술 읽히고 꽤 재미있었다. 왜 재미있었을까? 이건 단순한 역사서가 아니라, 17세기 조선을 외국인의 시선으로 조명한 살아 있는 기록이기 때문이다.


하멜이 조선에 왔을 때, 조선은 어떤 상태였을까?

책을 읽다 보면 의문이 하나씩 생긴다. “하멜이 조선에 왔을 때, 여긴 독립국이었나? 아니면 청나라한테 먹혔나?”
딱 잘라 말하면, 조선은 그 당시 명목상 독립국이었지만, 사실상 청나라의 눈치를 보던 시기였다.
삼전도의 굴욕(1637년) 이후 하멜이 도착한 건 1653년. 즉, 조선은 청나라에 항복한 지 16년 정도 지난 상태였고, 여러모로 기가 죽은 모습이 하멜의 기록에도 곳곳에 보인다.


의외로 꽤 오래 산 하멜

읽으면서 "하멜은 결국 조선에서 죽었나?", "고향 돌아가고 얼마 안 돼 죽은 거 아냐?" 같은 생각도 들었는데, 결론부터 말하면 하멜은 고국 네덜란드로 돌아가서 24년 정도 더 살았다.
1668년에 돌아갔고, 1692년에 죽었으니 62세 생까지 산 셈이다. 당시 유럽 평균 수명이 40대였던 걸 생각하면 꽤 오래 살았다고 볼 수 있다.


“이건 진짜인가?” 싶었던 충격적인 형벌 묘사

읽다 보면 조선의 형벌에 대한 묘사가 꽤 충격적으로 다가온다. 실제로 가해자를 죽은 사람의 가족에게 넘겨서 직접 죽이게 했다는 대목도 나온다. 이게 사실인가? 당시 문화적 맥락을 감안하더라도 꽤 충격적인 장면이다.
물론 하멜이 본 조선은 외부인으로서의 시선이고, 그 기록이 전부 진실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어쨌든 서양인이 조선을 보고 느낀 공포감이 생생하게 묻어난다.


“조선, 참 서럽다”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읽으면 읽을수록 조선이라는 나라가 참 운도 없고, 힘도 없던 시기였다는 생각이 든다.
청나라에 고개 숙이고 살다가, 청나라 영향에서 벗어나는가 싶으면 일본에게 또 당하고…
강한 나라의 틈바구니에서 살아야 했던 작고 가난한 나라의 서러움이 하멜의 글 속에서 슬며시 묻어난다.


재미있는 디테일 – 편지는 어떻게 전달했을까?

책 속에서 “제주도에서 편지를 어떻게 서울로 보냈을까?” 같은 궁금증도 들었는데, 당시에는 역참(驛站) 제도를 이용했다. 한마디로 사람+말 릴레이 시스템이다.
역마다 말을 갈아타며 인편으로 전달하는 방식이었고, 지금처럼 우체국 시스템은 없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잃어버리면 끝 아닌가? 맞다. 일부 유실됐어도, 그건 곧 전체 유실과 같은 결과다. 참 불안한 시스템이었지만, 당시로서는 그게 최선이었다.


결론 – 하멜 표류기는 ‘외국인이 본 조선’이라는 거울이다

『하멜 표류기』는 그냥 옛날 조선 이야기 책이 아니다. 이건 조선이라는 나라를 제3자의 시선으로 다시 바라보게 해주는 거울이다.
우리는 익숙해서 잘 느끼지 못하지만, 외부인의 눈에는 조선이 때로는 신기하고, 때로는 이상하고, 때로는 무서운 나라로 비춰졌다는 사실이 꽤 묵직하게 다가온다.

이 책을 덮고 나서 드는 생각은 하나다.
“조선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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