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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떠난 블랙의 주말 — 다시 꺼낸 첫 장비들

나는/Camper

by 카펠 2025. 11. 4.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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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창기 장비로 돌아간 하루


호두랑 만두는 장인 장모님이랑 푸켓으로 떠났다.
나한테 남은 건 텅 빈 주말, 그리고 내 차였다.
혼자 차를 쓸 수 있는 주말은 처음이자 마지막일 것 같았다.
그래서 ‘뭔가 기억에 남을 일’을 하자고 마음먹었다.
결국 선택은 캠핑이었다.



준비

짐 싸는 중

짐을 챙기면서 예전 생각이 났다.
캠핑을 처음 시작하던 시절, 블랙 장비로 통일하던 그 시기.

웨건의 짐

 혼자 떠나도 그렇게 가볍진 않다.

출발할때의 짐

DOD 타프, 아이두젠 텐트, 그리고 위손매시프 매트까지.
이젠 가족과 함께 다니면서 한동안 봉인돼 있던 녀석들이었다.
팔 수도 있었지만, 이상하게 정이 들어서 그냥 뒀다.
그걸 이번엔 다시 꺼냈다.
콜맨 백, 밀리터리 박스, 그리고 장작 한망.
웨건에 차곡히 쌓고 차 뒤를 닫을 때, 마음이 조금 설렜다.



도착

도착 남은 거리

굽이진 산길을 따라가던 네비게이션이 “25km 남았습니다”를 말할 때,
창밖으로 안개 낀 산과 호수가 보이기 시작했다.
비가 조금씩 내리고 있었고,

풍경


도착하자마자 눈앞에 펼쳐진 건 호수와 안개, 그리고 정적이었다.
자리가 매우매우 맘에 들었다.

세팅

 오늘 싣고온 조촐한 세팅

오랜만이야 이두겐

돌자갈 위에 타프를 치고, 텐트를 세웠다.
돌자갈이라고는 했지만 앞쪽에 데크가 넓게 나와있고 그 뒤쪽이 파쇄석이 있는 형태였다.

오랜만에 가동하는 이두겐을 설레는 마음으로 펼쳤다. 폴대 하나가 잘못 돌아가있어서 바로잡는데 고생했다.

데려온 스죽

혼자 와서 시간적 여유가 있으니 내부 청소도 해보려고 한다. 새로 산 스죽을 가동해본다.

텐트 청소중

정튼햄 빌려줬던 텐트 안쪽에 500원이 있었다. 이거 뭐야? 재밌네 ㅋㅋ 사용료는 커피로 했잖아.

자충매트 설치

이 자충매트도 드디어 설치했다.
딱 내가 원하던 색감이었다. 텐트 바닥과의 일체감 너무 좋다.
 

타프 치기

타프를 설피하려고 하는데 비가 추적추적 내리기 시작했다.
진짜 최-고-였-다.
젖어가는 것은 상관없었다. 우중 캠핑을 너무너무 하고싶었고 그게 실현되기에 정말 행복했다.

다만 웨빙케이블을 길게 땡겨서 달아볼 시간적 엄두는 나지 않았다. 물건들이 젖고 있었기 때문이다.

가이라인과 팩을 다듬기 전
가이라인과 팩을 다듬은 후

이렇게 예쁘게 펼쳐놓았다. 데크가 왜 있을까 생각해보자. 데크 밑에 높은 다리가 받쳐주고 있는 그림이라서 윗쪽을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장점이 있다. 어떤 장점이 있을까? 바로 밑에 있는 사람들이 시야 밑으로 들어가게 된다는 것이다. 많은 부분은 아닐것이다. 그러나 보이는 시야에서 가려지게 되는 것이어서 조금 더 쾌적한 뷰를 보여주게 된다.

텐트 내부에서 바라본 바깥

 아이두겐 안에서 본 바깥의 모습.
 아침에 일어나면 보게 될 풍경이다.
 

타프를 아래에서 본 모습

모든 게 어둡고 묵직한 블랙, 비에 젖어 더 깊어졌다.
혼자였지만 이상하게 안정됐다.

반대쪽에서 본 모습

사이트가 넓어서 오히려 허전함이 느껴진다.

Close up

가까이서 보면 이렇다. 이게 아마도 내가 원하던 ‘혼자 있음’의 모양이었나 보다.
 

텐트 내부 세팅

안쪽은 이렇게 구성했다. 매트는 부피상 가져오지 않았고 빈슨매시프 자충매트만 가져다가 깔아보았다.

오늘 읽을 책 한권은 하멜표류기.

텐트앞 모습

 텐트 입구쪽에는 내 의자를 깔았다. 아직 옆쪽이 비어있다. 정리되지는 않았다.

앉았을때 뷰

 오후 6시가 되어서야 처음 앉을 수 있았다.

내 사이트 뷰

 의도와는 다르게 블랙&옐로우로 세팅된 듯?

캠핑장에서 바라본 바깥 모습

정말 그림 같았다.



 불멍과 고기


저녁때 텐트세팅
오토파일럿
장작에 불을 붙이는 오토파일럿

선풍기를 자세히 보면 비가 와서 젖어가는게 보일 것이다. 그만큼 비가 계속 와서 화력이 필요했다.

고기 다듬기 시작

사이트에서 손질해본다. 혼자 먹을거라 조금만 필요해서 나머지는 잘 손질해서 냉장고에 넣어놓을 예정

오늘은 이만큼만
갈비살 손질하기
구워먹기
영롱한 숯

비가 오고 나혼자 바쁘게 할건 많아서 뭐 이것저것 복작복작 재밌는 캠핑 보내는 중이다.

완성된 플레이팅

어둠이 내려앉을 즈음, 숯불에 불을 붙였다.
빗소리와 숯 타는 소리가 섞이면서 공간이 살아났다.
붉은 숯 위에 고기를 올리니, 그 냄새가 단숨에 하루의 피로를 지웠다.
고기가 익는 동안 들리는 소리와 냄새, 그 자체가 여행이었다.

단백질 두유를 챙기는 것도 잊지 않았다.

고기를 다 먹고 이젠 혼자하는 불멍의 시간이었다.

시작된 불멍
오늘 데려온 조니워커 그린라벨
내부 구성
그린라벨

등장과 함께 주변을 예쁘게 채우는 위스키 보틀

와일드터키와 그린라벨

와일드 터키 레어 브리드도 준비한다.
각각 한잔씩 따라본다.
아무 말도 안 했는데, 마음이 꽉 찼다.

옅은 어둠이었기에 HDR 사진를 찍어본다.

심야 사진

호두 위에 떠있는 구름이 가깝다.

HDR

정상적으로 보면 이런 뷰다.

선물

충주호 캠핑장에서 선물을 주었다.

선물 내부

열어보니 냄비받침이다. 재밌고 퀄리티가 맘에 든다.

자기전 텐트안

생각보다 추웠다. 그래서 머리밑에 하나, 발끝에 하나 핫팩을 터트려두었다.

새벽에 화장실을 가기 위해 잠깐 나왔다.

심야 풍경

나이트비젼? 그걸로 찍은 사진은 비가 없는 가운데서도 말도 안되는 손떨방과 빛을 모아주면서 사진을 찍어준다. 실제로는 아주 어두웠다.

새벽의 사이트 뷰



다음날


밤새 비가 내렸다.
텐트 위로 떨어지는 빗소리가 자장가처럼 이어졌고,
아침에 일어나보니 공기가 맑았다.
산 사이로 구름이 걸려 있었고, 호수는 거울처럼 고요했다.
전날의 비가 세상을 닦아준 듯했다.

텐트안 모습
텐트안 모습
아침은 크림 파스타
캠핑장에서 선물로 준 원목냄비받침

아침으로 간단히 크림투움바 파스타를 끓였다.
면이 끓는 소리가 어쩐지 기분 좋았다.
커피는 마시지 못했지만 세상이 정리된 느낌이었다.

캠핑장 시설을 한번 둘러봤다.

사장님 조명 컬렉션
사장님 조명 컬렉션
사장님 조명 컬렉션

캠핑장 안쪽 카페에서 보이는 수십 개의 랜턴들,
그게 마치 시간의 흔적처럼 느껴졌다.
다들 나처럼, 각자의 사연을 안고 여기에 와 있었겠지.

자리로 돌아와 책을 읽어본다.

브랜드가 많이 보이는 내 셋팅

스노우라인과 팀버랜드, 엘르까지 캠핑에 데려온 브랜드들.

하멜 표류기
셀피



철수를 시작한다.

바닥에서 올라온 습기
철수할때의 하늘



귀가


철수를 마치고 근처 국밥집을 검색해서 들렀다.


충북 충주시 무학천변길 87
https://naver.me/GCurzkGs

네이버 지도

복돼지머리순대

map.naver.com

멋진 순대국
머리고기

뜨끈한 뼈해장국 한 숟가락 뜨는 순간,
“그래, 잘 다녀왔네” 하는 생각이 들었다.

창밖에 보이던 천

밥을 먹고 차로 돌아오는 길, 흐드러지게 핀 꽃🌼들

차를 몰고 돌아오는 길, 창문 밖으로 스치는 산들이
왠지 전날보다 조금 더 푸르게 보였다.

길은 꽤 막혔다.


Epilogue



이번 캠핑은 혼자였지만, 전혀 외롭지 않았다.
내가 썼던 블랙 장비들과 함께한 시간, 그게 내 기억 속 첫 캠핑으로 다시 이어졌다.

정비

돌아와서 장비들을 정비해준다.

자충매트 정비

특히 젖어있던 자충매트를 정비해줄 수 있어서 더 좋았다.

토요일 밤의 호스트

토요일은 호스트의 집에서 함께했고, 다음날 아침을 맞았다.

아침식사

그곳에서 제공된 아침식사.

캠핑 물건

다시 돌아올지는 모르겠다.
이 캠핑장은 2인 이하만 이용 가능해서 우리 가족이 함께 오기 어렵다.
그래서 이번이 더 특별했다.
짧은 1박이었지만, 돌아올 때는 마음이 확실히 가벼워졌다.
혼자서 복작복작하게 움직이며 텐트를 치고 밥을 짓고,
그 안에서 스스로를 들여다본 시간이었다.

아마 이 주말만큼은 오래 기억될 것 같다.
나의 지난 10년 사이에서도, 앞으로의 10년 사이에서도
이런 시간은 쉽게 오지 않을 것이다.

돌아가는 길에 본 충주호의 물결은 유난히 느리게 흘렀다.
그 물줄기처럼 내 인생도 계속 흘러가겠지.
빠르고 정신없이 흘러가는 시대 속에서
나를 붙잡아 준 건 바로 이런 시간이었다.

그리고 문득 다짐했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더라도,
오늘 느낀 이 고요함과 단단함을 잊지 말자고.
흐트러지지 말고, 조금 더 열심히 살아보자고.
그 마음 하나면 앞으로도 잘 걸어갈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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