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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은 세상 속의/Biz to Sweden 2014

[스웨덴 5] 호텔에서 궁상맞게 빨래하며 생존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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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이곳 호텔방에서만 지낸지 20일째다. 안그래도 옷도 최소(혹은 극소)로 싸왔는데 예정과 달리, 쇼핑을 하지 못하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나는 빨래라는 필수불가결한 상황에 직면했다.
호텔에선 빨래서비스 laundry service를 제공하지만 가난한 여행객이나 나처럼 다른 것들에 돈을 투자하고 싶은 쇼핑족들에겐 그림의 떡이다. 대개는 벌pair 당 요금을 받기 때문이다.

문득 나는 독일 쉐발롬(욕아님)지역의 블로그 제자는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으아이으으으아아앙!
빨래를 무료로 해준단 말인가… 좌절하고 또 좌절했다. 독일에 출장간 쉐발럼(욕아님)지역의 제자가 너무 부러웠다. 으아아 쉐발럼!! 가고싶다!!

그래서 나는 이번에도 방법을 찾아야했다.

이런식으로 등장시키고 싶지는 않았는데, 저 카피를 써먹을 때가 왔다. 나는 방법을 찾을것이다. 늘 그랬듯이.

방을 둘러본다. 욕조가 있다. 보통 작은 욕실을 가진 호텔방엔 욕조가 없는 것들도 많은데 그런 면에선 훨씬 낫다. 욕조가 있다면, 방법은 하나다!

마트에 가서 가루세제를 한통 샀다. 이정도 양이면 한달을 버티지 않을까?

1. 빨래를 욕조에 넣는다.
2. 세제를 손목 스냅을 이용해서 쉐낏쉐낏
3. 뜨거운 물을 사용해 세제를 녹이고
4. 발로 사정없이 밟아준다.
5. 짜주면 완료
6. 호텔에 옷걸이를 추가 신청해서 여기저기 걸어주자.








사진을 연속해서 쭉 보니 엄청 편하고 간단해보이네!
뿌듯하다. 매일매일 이정도 양을 빨면 근육통 생기고 생활에 활력도 생기고 좋겠넹.

겨울이라 그런지 사무실, 호텔방 할 것 없이 너무 건조하다. 실제로 이런 방식으로 빨래를 넣어놓고 가혹하게 비틀어 짜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다음날 바싹 말라버린 옷가지들을 보는 기적을 볼 수 있었다.

주의!
여름철 및 습도가 높은 날엔 빨래가 잘 안말라서 냄새가 날 수 있다. 또한 화장실을 원래 용도에서 벗어나게 활용하는 것이므로 호텔측에서 달가워하지 않고 블랙리스트에 오를 수 있다. 물기 뚝뚝 떨어지는 빨래를 널어놓아서 나 자신에게, 그리고 호텔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하자. 인터넷에 찾아보면 이런 상황에서 빨래를 건조시키는 여러 방법들이 나오니 참고하도록 하자.

3일 간격으로 같은 옷들을 입으니 많이 지겹다. 솔타에 두고 온 옷들이 참 그리워지기도 한다. 하지만 동시에 쇼핑에 대한 강한 열망도 되살아 나니 참 우습다.

산다는건 좋은거지
수지맞은 장사잖소
알몸으로 태어나서
옷한벌은 건졌잖소

인생이 힘들때 이 노래만큼 누군가를 위로해 주는 가사를 가진게 있을까. 지금 검색해보니 김국환의 타타타는 한국노랫말대상을 탄적이 있네. 좋은 가사다. 저 노랫말처럼 알몸으로 태어나서 옷한벌을 건진것도 수지 맞은 장사인데, 솔타의 옷장엔 나를 위한 옷이 가득하다. 행복한 삶을 산다고.. 봐야겠지?

잠깐 딴생각을 해버렸다.
이렇게 빨래를 하면서 살고 있다. 이젠 정말 물방울이 떨어지지만 않을 정도로 물기를 머금은 빨래를 걸어놓아서 가습기로 쓰고 있다. 불과 몇시간 걸어놓지 않아도 아침마다 말라있는 빨래들을 보며, 이 빨래를 걸지 않는다면 내 피부가 미라처럼 갈라지지 않을까? 하는 끔찍한 생각도 해본다.
스웨덴에서의 건조한 겨울을 나고 있다.
어디 먼 곳 구경다니지도 못하는데, 눈이나 펑펑 왔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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